보험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친구나 지인들과 보험 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암 치료나 보장에 대해 이야기하면 특히 반응이 좋은데요, “이건 블로그에 정리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시리즈로 정리해보려고 하는데, 그 첫 번째는 '항암 약물치료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과연 항암제는 어디까지 발전해 왔을까요?
암 치료, 항암제는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 항암 약물치료 편
암을 진단받으면 보통 세 가지 치료 중 하나 이상을 받게 됩니다. 바로 암 수술, 방사선 치료,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항암 약물치료입니다. 이 중 항암 약물치료는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그만큼 치료비 부담이나 보험 보장에도 영향을 주는 영역입니다. 오늘은 항암 약물치료의 발전 과정과 주요 치료법들을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세포독성 항암제 – 치료의 시작, 부작용과의 싸움
처음 항암제가 등장했을 때는 단순했습니다. 암세포가 빨리 자라고, 무한 증식한다는 특징을 이용해 ‘빠르게 자라는 세포는 다 죽이자’는 접근이었죠. 그래서 생겨난 것이 세포독성 항암제(Cytotoxic Chemotherapy)입니다. 이 항암제는 암세포는 물론, 빠르게 자라는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합니다. 우리 몸에서 빠르게 자라는 세포라면 머리카락 모낭, 위장관, 혈액 세포 등이 있는데, 여기가 공격을 당하니 구토, 탈모, 면역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겁니다.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명대사처럼, 얘를 죽이자니 내 몸도 다치는 딜레마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 약물은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고형암 및 혈액암에서 기초 치료로 많이 활용됩니다. 여전히 기본은 되지만, 부작용의 한계 때문에 그다음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표적항암제 – 암세포만 콕 집어 공격하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표적항암제입니다.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말고,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할 수는 없을까?”라는 바람에서 시작된 약입니다. 그 해답이 바로 표적항암제(Targeted Therapy)입니다. 암세포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기반으로 자랍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에서는 HER2, 폐암에서는 EGFR 등이 대표적입니다. 표적항암제는 이런 유전자 변이를 인식해서 공격합니다. 대표적으로 HER2 유전자 과발현 유방암 환자에게는 허셉틴(Trastuzumab) 같은 표적치료제가 사용됩니다. 이 치료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으면서 치료 반응률도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표적 유전자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 전 유전자 검사(바이오마커 검사)가 필요합니다.
면역항암제 – 내 면역세포를 다시 전장으로 불러내다
그다음 단계는 면역항암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입니다. 암은 교묘하게도 몸의 면역체계를 속입니다. 마치 도둑이 경찰 복장을 입고 CCTV를 속이듯, 암세포는 “나는 정상 세포야”라는 위장 신호를 보내 면역세포의 감시를 피해 갑니다. 이런 현상을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고 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이 ‘관문’을 차단해, 우리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대표적으로 PD-1/PD-L1 억제제가 여기 해당되죠. 이 치료는 직접 암을 죽이지는 않지만, 우리 몸의 T세포가 암세포와 싸울 수 있도록 재가동시킵니다. 일부 환자에게는 치료 종료 이후에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면역기억’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응률은 개인차가 크고, 때로는 면역계가 정상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보험상품에서도 보장 여부가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AR-T 치료 – 내 면역세포를 업그레이드하다
만약 면역세포가 암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면, 아예 암을 인식할 수 있게 유전자를 조작하면 어떨까요? 그게 바로 CAR-T 치료(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Therapy)입니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뽑아 암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 수용체(CAR)를 장착한 뒤, 실험실에서 배양해 다시 몸에 주입합니다. 이 방법은 특히 백혈병, 림프종 같은 혈액암에서 큰 성과를 냈습니다. 미국에서는 말기 혈액암 환자가 CAR-T 치료 이후 완전 관해(완치에 가까운 상태)를 보였다는 사례도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CAR-T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비용이 매우 높고, 맞춤형 치료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고형암에는 아직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으나,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기관들이 고형암 CAR-T 치료의 가능성을 활발히 탐색하고 있습니다.
ADC 치료제 – 정밀유도 폭격을 현실로 만들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045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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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까지 10년 남았다"…'유도탄 항암제' 놀라운 효과 , 대세로 떠오른 '유도탄 항암제'…"10년 내 암 정복" 세계 최대 암학회 ASCO 엔허투 병용, 기존 치료보다 우수 질병 진행·사망 위험 44%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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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고 있는 최신 항암제가 바로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입니다.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면, 그 등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매달아 정확히 표적에 도달했을 때만 독성을 방출하는 ‘스마트 폭탄’ 같은 구조입니다.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정밀하게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ADC는 엔허투(Enhertu)입니다. 이 약은 HER2 유전자에 반응하지만, 기존보다 더 낮은 발현을 가진 다른 암에서도 효과를 보이며, ‘HER2 양성’의 개념을 바꾸고 있습니다. 현재 유방암, 위암, 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고, 국내 건강보험 급여 적용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치료의 진화는 환자 삶의 질로 이어집니다
항암 치료는 더 이상 참고 견디는 치료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암을 겨냥해서 환자가 덜 고통받는 치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표적치료, 면역치료, 그리고 유전자 조작 기반 치료까지 점점 정밀하고 똑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죠. 하지만 아직 모든 환자에게 맞는 약은 없고, 비용이나 보장 범위에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의료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진단 이후 치료법을 충분히 설명받고, 내 암에 맞는 치료 옵션을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항암 방사선 치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막연히 무섭다고 느껴지는 방사선 치료지만, 실제로는 수술보다 덜 침습적이고 정밀하게 암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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